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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장경쟁에 기초한 자유무역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cheonbuk2017.11.01조회수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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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쟁에 기초한 자유무역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김영준 /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벌써 11월 1일이다. 가을 중턱이지만 아직도 한낮에는 햇살이 제법 따갑다. 구입한지 15년이 지난 에어콘을 작년 이맘때 이사하면서 정리한 후 맹위를 떨치던 올 여름 무더위에 에어콘을 하나 구입해 볼 생각으로 전자제품 매장에 갔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에어콘 가격이 300만원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었고 이외에도 냉장고와 이제는 가정의 필수품이 된 김치냉장고, OLED TV, 공기청정기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 가격이 200만원대 이상을 훌쩍 넘고 있었다.

 

80년대말-90년대 초중반 세계무역기구(WTO)출범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시장개방 압력과 파고가 그 어느 때보다 높던 시절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던 자동차와 전자제품 산업이 자본력과 기술력이 월등한 선진국의 무차별적인 공세로 그대로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

 

전세계 영화시장을 압도하던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위세로 스크린 쿼터제가 없으면 그대로 망할 것이라던 우리나라 영화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부르짖던 영화인들의 거리시위 모습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로부터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실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달 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의 공룡가전업체인 월풀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의 미국내 판매증가로 자국 세탁기 산업에 커다란 피해가 있다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시행해주도록 요청한 것에 대해서 미국 산업에 피해가 있다고 결정했다. ITC의 산업피해 결정이 곧바로 세이프가드 조치 시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무역의 기조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

 

국내시장이 개방되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일본 가전업체들에게 국내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길 것이라던 당초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우리의 가전업체들은 10년 가깝게 세계 최고급 TV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국내가전시장은 국내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외국가전업체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FTA 협상이 한창이던 때 스크린 쿼터제 축소,폐지에 분노해서 거리 시위를 하던 유명배우의 모습은 이제는 역사의 추억이 되어버렸다. 우리영화시장에서 국산영화의 점유율은 인도와 더불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면서 국내영화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글로벌 시장경쟁에 노출된 기업들의 생산방식 개선과 기술혁신을 통해서 우리 기업들의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경 없이 활동하게 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 심화가 소비자들의 편익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제 어느덧 무한 경쟁 시스템에 익숙해진 우리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준비와 태도와는 달리 그 동안 선진국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던 자유무역 기조에 역행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나타나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미국 ITC의 한국산 세탁기의 미국산업 피해 판정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조업 부활과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회사의 매출 손실은 연간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가 금년에도 이어지면서 수출이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수출 증가율이 세계 10대 수출국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우리 수출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 주력품목 단가 상승, 수출물량 증가, 주력품목 고부가가치화 등에 기인한다.

 

하반기에는 미국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가 예상되는 데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수출 증가폭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우리 수출 호조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일부 품목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도 수치상으로 보이는 긍정적 신호의 착시현상으로 다가 올 수 있다.

 

지난 한 세대 우리 기업들이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세계 6위의 수출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과 5대양 6대주를 누비면서 시장을 개척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우리 지역 경제가 주력산업의 잇따른 폐쇄와 축소 움직임으로 지역산업과 경제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생산성 혁신과 과감한 세계시장 공략을 통한 해외판로 개척에 나서야 할 때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시장을 누비는 전라북도 중소수출기업들의 노고에 성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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